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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녹색에너지’ 공식화...K택소노미 최종안 연내 확정

등록일 2022-09-22 작성자 박지호 조회수 2742

환경부가 친환경 에너지 산업 등을 규정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킨 초안을 20일 공개했다. 유럽연합(EU)이 지난 7월 원전·천연가스를 ‘녹색 에너지’에 포함시킨데 이어, 우리도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공식화 한 것이다.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원전이 택소노미에 포함되면서 국내 중·장기 탄소중립 달성과 안정적 전력 수급 등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올 11월 말 상업운전을 앞둔 원전 신한울 1호기. /한국수력원자력
환경부는 이날 ‘녹색 부문’(탄소 중립과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녹색 활동) 64개, ‘전환 부문’(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 5개 등 총 69개 경제활동으로 구성된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에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녹색부문), △원전 신규건설 및 원전 계속운전(전환부문) 등 원전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최근 EU가 기후변화 및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 전력원으로 원전을 꼽는 등 EU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켰다”며 “2050 탄소중립 달성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촉발된 각국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 등 국제 정세를 반영해 K택소노미에도 원전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택소노미(taxonomy·분류체계)’는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등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활동을 분류한 목록이다. 탄소 중립이 세계적 의제가 됨에 따라, 택소노미는 앞으로 ‘친환경 활동’에 집중될 민간·공공부문 투자를 결정하는 데 방향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른바 녹색 사업·기술에 더 많은 자금이 흘러가게 하는 물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키면 소형모듈원자로(SMR), 차세대 원전, 핵융합 등 미래 원자력 기술을 비롯해 사고저항성핵연료(ATF) 사용, 방사성폐기물관리 등 안전성 향상을 위한 기술이 확보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는 전환부문에 원전을 포함하는 대신 ‘환경피해 방지’ ‘안전성 확보’를 조건으로 걸었다. 이미 시행이 확정된 EU택소노미의 조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상은 2045년까지 새로 만들어지거나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설비다. 구체적으로 환경부는 원전 설비가 ‘녹색’으로 인정받으려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저장·처분을 위한 문서화 된 세부계획 수립 및 계획 실행을 담보할 법률의 제정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보유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 및 원전 해체비용 보유 △2031년부터 모든 원전 설비가 사고저항성핵연료를 사용해야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과 관련해선 작년 12월 정부가 확정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존재해 이번 초안에는 구체적인 처분시설 확보 연도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부계획 이행을 위한 법률 제정을 추가 조건으로 포함시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유럽연합(EU)이 6일(현지 시각) EU택소노미(Taxonomy·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를 포함시키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내년 1월 1일부터 원전·천연가스가 포함된 EU택소노미가 시행된다. /연합뉴스
환경부는 작년 12월 말 발표한 K택소노미 초안에선 전력 생산과 관련된 ‘발전 분야’에 태양광·태양열·풍력 등 재생에너지,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 등은 ‘녹색 에너지’에 포함하면서도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원전은 포함하지 않았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가 발표한 ‘전원별 전주기(全週期) 온실가스 배출계수’에 따르면, 1kWh(킬로와트시)당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석탄이 820g으로 가장 많고, 바이오매스(230~740g), LNG(490g), 태양광(27~48g), 원전(12g) 순이다. 이에 당시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에 맞춰 환경부가 원천적으로 원전을 배제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원전의 ‘녹색’ 분류 여부를 두고 이견이 컸던 EU마저도 탄소중립을 위해선 원전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국내 탈원전 정책이 국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환경부도 이런 지적에 부담을 느껴 작년 말 초안 발표 때 “원전의 경우 EU 등 국제동향과 국내 여건을 고려해 최종 포함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남겨뒀다. 결국 지난 7월 EU가 원전·천연가스가 포함된 EU택소노미를 확정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하면서 우리 택소노미에도 원전 포함이 확실시됐다.

환경부는 이번 초안 공개 이후 에너지 전문가와 산업계, 관계부처, 시민사회 등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올 연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